기하학적 형태
장신구 분야는 시대와 문화를 아우르며 지배층을 중심으로 발전되어 온 조형 예술 영역이
다.이는 사용 재료의 절대적 가치에 기인한다.고대로부터 중세에 이르기까지 오랜 기간 형
성되어 온 귀족과 종교 중심의 ‘사회적 인식’을 바탕으로 한 ‘문화적 생산’이라는 장신구의
근본 개념은 18세기 후반 산업 혁명과 시민 혁명을 거치며 19세기의 과학과 기계를 활용한
대량 생산이 가능한 진보의 시기를 맞이하며 기술의 전기를 맞이하였다.이 시기는 오늘날
현대 장신구의 개념 형성에 큰 영향을 주었고,20세기 중반까지 상당한 변화를 나타내며 발전하였다.
클레어 필립스는 그의 저서 『장신구의 역사』에서 1900년경의 장신구는 세 갈래로 나눌
수 있다고 하였다.그 첫 번째는 형식성이 강조된 화려한 다이아몬드 장신구이다.부와 특권
을 누리는 상류층,특히 유럽 궁정에서 꾸준히 사랑을 받아 온 다이아몬드 장신구는 르네상
스 부흥에서 점점 멀어지던 이 시기에 대신 루이 16세와 제1제정기의 패션에 영감을 둔 좀
더 가볍고 경쾌한 형태로 옮겨가는 양식상의 변화를 보였다.두 번째는 유럽의 진보적이고
예술적인 사조를 바탕으로 나타난 아르누보의 자유로운 형태를 들 수 있다.세 번째는 전통
공예의 부흥과 기계화에 대한 반동으로 영국에서 일어난 수공예적인 성향이 강한 외관을 특
징으로 하는 것이다.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20세기 초 장신구 표현 양식의 가장 큰 변화는 아르누보 양식이
라고 할 수 있다.아르누보의 장신구는 이전 빅토리아 시기에 사용된 화려하고 사치스러운
귀금속과 귀보석에서 벗어나,자연물의 유기적인 형태를 모티브로 동물의 뿔이나 유리 같은
재료를 사용하였다.일례로 아르누보 시대의 위대한 장신구 예술가로 일컬어지는 르네 랄리
크(ReneLalique)는 이러한 새로운 재료들을 보석과 귀금속을 혼합해 작품화하였다.<그림
26>의 작품은 랄리크가 만든 머리 장식으로 두 마리의 새가 어우러진 장식적인 빗이다.뿔로
만든 빗과 뿔로 조각된 새에 물려 있는 금속 줄기는 서로 다른 이질적인 재료들의 새로운
결합이고 또 유기적 아르누보 양식과 당시 만연하던 자포니즘(Japonism)이라는 일본 미술적
인 표현이 융합을 이루고 있음을 볼 수 있다.랄리크의 장신구에 나타난 새로운 형식과 모티
브들은 자연을 비롯해,환상적이고 문화적인 다양한 소재들로부터 온 것이었다.
기하학적 형태와 강한 색채 대비를 조형 요소로 표현한 아르데코 양식은 1,2차 세계
이 발생한 가운데 정점을 이루었는데,이전의 형식성이 강했던 다이아몬드 위주의 장신구는
아르데코 양식과 만나 급격히 발전된 보석 세공 기술을 바탕으로 금과 보석이 조화를 이루
는 장신구<그림27>를 제작하는 전기를 맞이하였다.1925년 8월 Vogue지의 기록에 의하면,'
보석들의 풍요로움은 실용적으로 모든 것들이 놓일 수 있는 기본인 다이아몬드와 함께 파리
에서 계속된다.다이아몬드는 사파이어,에메랄드,루비 등의 모든 고귀한 보석들과 함께 브
로치,팔찌,목걸이,그리고 귀걸이 위에서 결합된다.'라고 언급되어 있다.이는 그 당시의 장
신구의 호화로움이 극에 달했음을 단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이 시기의 디자인 측면은 기계나 건축물,자동차,비행기 등의 모티브를 사용하여 급진적
인 경향이 있었으나,사회적으로 호화로운 보석류를 착용하는 것은 널리 지속되었다.점차로
패션 디자이너들이 제작한 단순한 라인의 의상과 부유층 여성들의 역동적인 라이프 스타일
이 반영되어 장신구 디자인은 추상적인 기하학적 형태가 지배적이 되었다.이러한 기하학적
인 모티브들은 아르데코 양식의 전형인 근대 건축 혹은 기계 부속품과 이집트와 인도,중국
등의 오리엔탈 풍에서 영감을 받아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