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의 성
아빌라의 데레사, 영혼의 성, 최민순 역, : 성바오로출판사(1970), 25.
이와 같은 데레사의 신비사상을 김승혜는 힌두교의 범아일여(梵我一如) 사
상과 연계지어 설명한다. “힌두교의 범아일여 사상은 그리스도교의 입장에
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것임에 틀림없다. 그런데 개인적 경험으로는 이 범아
일여 사상을 아빌라의 데레사의 신비사상과 연관시켜 생각할 때 쉽게 이해
가 된다. 물론 이것을 신학적으로 따진다면 그리스도교에서는 하느님과 피
조물 사이의 구분을 인정하기 때문에 힌두교의 범아일여와 똑같은 사상이
라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다만 신비체험의 입장에서 볼 때 성녀가 한
일치체험이 그래도 범아일여 체험과 가장 가깝지 않은가 하는 것이다.”
마음의 기도를 통해 이 성에 들어간 초심자는 스스로의 능동적인 노력으
로 자신의 불완전함을 제거하는 첫 세 개의 궁방을 거친다[정화]. 다음으
로 초자연적 기도의 표시인 수동적 명상이 시작되는 넷째 궁방과 영혼의
기능이 잠을 자는 다섯째 궁방을 거친다[조명]. 이어서 영혼이 하느님과
영적 약혼을 맺는 여섯째 궁방에 이르고 마지막으로 영적 결혼이 이루어
지는 일곱째 궁방에 들어간다[일치]. 이때 영혼은 누에의 유충에 비유되며
나비로 부활하기 위해 누에고치를 만들어 그 곳에서 영면한다. 성녀가 사
용하는 이러한 상징들은 고차원적 기도의 이성적인 실천, 즉 생각의 몰입
을 통하여 하느님을 느낄 수 있는 상태로까지 다다를 수 있다는 그녀의
신념을 설명하기 위해 동원된 비유들이다.
성녀가 [영혼의 성]에서 제시하는 Askese의 주된 경향들은 자아인식, 겸
손, 초탈, 고통을 견뎌냄 등으로 정리할 수 있다.760) 그 중에서도 특히 ‘자
아인식’은 신앙 안에서 자신을 아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서 여러 고등종
교와 현인(賢人)들의 가르침에서 Askese의 주된 방법으로 제시되고 있다.
데레사에게 있어서 이 주제는 하느님 안에서 자기 자신을 발견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서 인간이 자신을 스스로 발견하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
이 인간으로 하여금 스스로 자신을 깨닫도록 하는 조명적 성격을 띤다.